빵으로 된 기묘한 던전 안. 진성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달콤한 냄새는 끊임없이 코를 자극했지만, 눈앞의 몬스터들은 더 이상 먹음직스러운 빵으로 보이지 않았다. 뾰족한 바게트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바게트 몬스터, 끈적한 크림을 흩뿌리며 덤벼드는 슈크림 몬스터, 묵직한 덩치로 쿵쿵거리는 맘모스빵 몬스터까지. 겉모습은 귀여웠지만, 그들의 공격은 매섭고 위협적이었다.
“으악!”
날카로운 바게트 몬스터의 공격을 간신히 피했지만, 옆에서 달려든 앙증맞은 찹쌀떡 몬스터의 쫀득한 공격에 진성은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뒹굴며 숨을 헐떡이는 사이, 슈크림 몬스터가 달콤한 액체를 뿜어냈다. 끈적한 액체가 그의 옷에 들러붙자 움직임이 둔해졌다.
‘젠장,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진성의 머릿속에 간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빵… 빵을 맛있게 먹고 싶어!’ 그 찰나, 그의 눈앞에 전에 없던 섬광이 번쩍였다.
[빵지순례사의 기초 능력 ‘빵 몬스터 약점 간파’가 각성되었습니다.]
믿기지 않는 변화였다. 흐릿했던 몬스터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바뀌면서, 그들의 특정 부위에 형형색색의 빛나는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게트 몬스터의 딱딱한 머리 부분에 붉은 점, 슈크림 몬스터의 부드러운 배꼽 부분에 노란 점, 맘모스빵 몬스터의 거대한 발바닥에 파란 점…. 마치 게임의 약점 표시처럼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성의 머릿속에 기묘한 문장이 떠올랐다.
[능력 :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본능적으로 그는 빛나는 약점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가장 먼저 달려드는 바게트 몬스터의 붉은 점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악!”
딱딱한 소리와 함께 바게트 몬스터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맥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몬스터가 쓰러진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바게트 빵 한 덩이가 놓여 있었다. 갓 구워져 나온 듯 따뜻한 온기가 손에 느껴졌다.
‘이… 이게 뭐야?’
다음은 끈적한 슈크림 몬스터였다. 노란 점, 배꼽 부분을 향해 주먹을 날리자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슈크림이 터져 나오며 몬스터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 자리에는 달콤한 슈크림빵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맘모스빵 몬스터의 파란 점, 발바닥을 향해 발을 굴렀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맘모스빵 몬스터는 거대한 몸집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 자리에는 엄청나게 큰 맘모스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빵 냄새가 진동했다.
[바게트 몬스터 제압! 5 포인트 획득.]
[슈크림 몬스터 제압! 8 포인트 획득.]
[맘모스빵 몬스터 제압! 20 포인트 획득.]
상태창에 포인트가 쌓이는 것을 확인하며 진성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빵 모양의 몬스터를 쓰러뜨리니 진짜 빵이 되고, 그 강함에 따라 포인트까지 얻을 수 있다니! 이것이 빵지순례사의 능력인가?
그는 주변에 남겨진 따뜻한 빵들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왠지 모르게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그때, 그의 눈에 ‘하급 빵지순례사의 빵지순례도 (미완성)’ 지도가 떠올랐다. 지도에는 새로운 붉은 점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것들이 다음 빵 던전의 위치인가?’
진성은 빵 봉투를 품에 안고 새로운 붉은 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빵 몬스터는 무서웠지만, 그들을 제압했을 때 얻는 빵과 포인트는 묘한 희열감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이 빵 던전들을 탐험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빵을 사랑하는 빵돌이의 기상천외한 던전 탐험기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