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붉은 개의 영역에 드리운 푸른 그림자 (상)

며칠 후, 레드핫도그 길드 사무실은 무거운 침묵 속에 휩싸였다. 벤투스 길드의 길드장, 이민규가 불청객처럼 찾아온 것이다. 그의 방문은 단순한 항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국내 1위 길드의 수장이 2위 길드의 심장부까지 직접 발걸음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강도곤 길드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민규를 맞이했다. “이민규 길드장, 무슨 용건이십니까?”

이민규는 특유의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강도곤 길드장, 지난번 저희 길드 관할 던전, 홍대입구역에 당신네 길드 소속 헌터가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 알고 계시겠지요?”

강도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물론 보고받았습니다.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만, 단순한 실수였습니다.”

“단순한 실수치고는 저희 던전의 보안 시스템을 너무나 쉽게 뚫더군요. 게다가 그 흔적을 보니… 꽤나 실력 있는 헌터 같았습니다.” 이민규의 시선이 날카롭게 강도곤을 꿰뚫었다. “그 헌터, 박진성이라고 했습니까?”

강도곤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갓 합류한 B급 헌터입니다.”

이민규는 코웃음을 쳤다. “B급?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감히 저희 벤투스의 던전을 휘젓고 다닐 정도의 B급이라니, 레드핫도그의 수준이 놀라운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하군요.”

침묵이 흘렀다. 강도곤은 이민규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때, 이민규가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강도곤 길드장, 이번 사건, 좋게 마무리 짓는 건 어떻습니까? 저도 굳이 작은 일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박진성이라는 헌터를 이 자리로 불러주십시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합당한 사과를 받는다면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민규의 제안은 강압적이었다. 홍대입구역 던전 침입 사건의 책임을 물어 레드핫도그를 압박하는 동시에, 박진성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그를 벤투스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강도곤은 이를 갈았다. 1위 길드의 노골적인 압박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길드의 앞날을 생각하면 섣불리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박진성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들어온 진성을 쏘아보며 이민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진성 씨, 당신이 지난번 저희 벤투스의 던전에 무단으로 침입한 그 헌터 맞습니까?”

진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설마 처음 간 던전에서부터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두 거대 길드 사이에서 그는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는 B급 헌터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안에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강력한 힘, 빵지순례사의 능력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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