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맘모스빵 몬스터가 먼지처럼 사라진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낯선 그림자에 이아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당혹감과 경계심이 뒤섞였다.
“당신… 누구세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진성은 어색하게 웃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그의 발밑에 놓인 꾸빵잇으가 부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왠지 모르게 도망쳐야 할 것 같았다. 그는 헬멧을 고쳐 쓰고 꾸빵잇으에 올라탔다. 엉덩이 밑의 푹신함이 도망치려는 그의 마음을 부추기는 듯했다.
“음… 지나가던 빵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엉뚱한 대답을 남기고 진성은 엑셀을 힘껏 밟았다. 꾸빵잇으는 요란한 빵 굽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던전 입구를 향해 질주했다. 그의 뒤로 달콤한 빵 냄새만이 희미하게 남았다.
며칠 후, TV 뉴스에서는 의문의 던전 클리어 헌터에 대한 특집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S급 보스 몬스터를 단신으로 해치웠다는 믿기 힘든 소식에 온 세상이 들썩였다.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궁금해했고, 각종 추측과 목격담이 난무했다.
정작 당사자인 진성은 방구석에서 곤란한 표정으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나, 그렇게 강한 거 아닌데… 그냥 빵 몬스터라서 약점을 알았던 것뿐이고…’ 그는 어쩌다 S급 헌터로 오해받게 된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어쨌든 그때 얻은 S급 맘모스빵은 정말이지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냉장고 한 칸을 가득 채운 맘모스빵을 보며 진성은 침을 꼴깍 삼켰다. 왠지 이걸 먹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결심한 듯 맘모스빵을 크게 한입 베어 문 순간, 온몸에 강렬한 전율이 흘렀다. 마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익숙한 푸른색 상태창이 떠올랐다.
[S급 맘모스빵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능력 : 대지의 포옹 (주변 10미터 내의 땅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빵 형태의 골렘을 창조하거나, 땅을 솟아오르게 하여 방어 및 공격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진성은 믿을 수 없는 능력에 입을 떡 벌렸다. 땅을 조종하는 능력이라니! 빵을 먹었을 뿐인데 초능력자가 된 기분이었다. S급 보스 몬스터의 포인트는 무려 300만 포인트나 되었다. 엄청난 액수였지만, 아직 뭘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그 후로도 진성은 틈틈이 빵 던전을 찾아다니며 레벨을 올렸다. 다양한 빵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능력을 숙련시켜 나갔다. 짭짤한 프레첼 몬스터를 잡아 짭짤한 빵 방패를 얻기도 하고, 달콤한 카스텔라 몬스터를 제압해 부드러운 빵 쿠션을 얻기도 했다. 빵을 먹을 때마다 그의 능력치는 조금씩 상승했고, 어느덧 그의 육체 능력은 B급 헌터에 근접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빵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빵집 순례는 그의 꿈이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돈이 없잖아!’ B급 헌터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갖게 된 그는 일반 던전에 뛰어들어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헌터 등록을 위해 헌터 협회를 찾은 진성은 무난하게 B급 헌터 자격을 획득했다. 이제 던전에 들어가려면 길드에 가입해야 했다. 여러 길드의 정보를 살펴보던 중, 그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들어왔다. 국내 2위 길드, ‘레드핫도그’.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이었다.
레드핫도그 길드 사무실을 찾아 헤드헌터와의 면접을 보게 된 진성. 면접실 문을 열자, 그는 눈을 의심했다.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 던전에서 만났던 S급 헌터, 이아진이었다!
“엇… 당신이 왜 여기에…?”
진성의 당황한 목소리에 이아진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저를 아세요? … 잠깐, B급이라고요? 그때 그 던전에서… 설마 당신이 그 의문의 헌터…?”
그녀의 마지막 말에 진성은 더욱 당황했다. 어쩌다 이렇게 꼬여버린 걸까? 그의 조용했던 빵지순례는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