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웹소설 9화. 황금 포크와 제빵사의 수수께끼 (하)

정신을 차렸을 때, 박진성은 익숙한 사무실 소파 위였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온몸의 근육은 비명을 질렀다. 마지막 기억은 황금 포크로 제빵사의 심장을 꿰뚫었던 순간과,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떠오른 푸른 상태창이었다.

[빵지순례사의 숨겨진 능력을 이어받습니다. 동기화 중… 3%…]

“으윽…”

신음 소리에 옆에서 간이침대에 기대앉아 있던 강도곤과 이아진이 벌떡 일어섰다.

“진성 씨! 정신이 들어요?”

“세상에, 꼬박 하루를 기절해 있었어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이아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강도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들이 던전 입구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진성을 발견하고 급히 데려온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조금 피곤해서.” 진성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몸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머릿속은 마지막 전투와 상태창 메시지로 가득했다. ‘숨겨진 능력? 동기화?’

서둘러 상태창을 열었다.

[박진성]

직업: 빵지순례사

레벨: 78

HP: 15,800 / 22,500

MP: 12,300 / 18,000

힘: B+ 민첩: A- 체력: A 지구력: A+ 마력: B+

특성: 빵 흡수, 미식가의 감, 제빵사의 축복(동기화 진행 중: 3.1%)

기술: 팥소 돌파 Lv.5, 크런치 스킨 Lv.3, 바게트 방패 Lv.4, 슈크림 끈끈이 Lv.3, 대지 빵 골렘 Lv.2 … 외 다수

포인트: 1,258,400 P

다른 능력치는 눈에 띄게 상승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특성’ 란에 추가된 ‘제빵사의 축복’과 그 뒤의 동기화 진행률이었다. 3%에서 3.1%로, 아주 미미하게 상승해 있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스탯 상승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여전히, 아니, 그의 의지에 따라 소환된 거대한 황금 포크가 쥐어져 있었다.

[빵지순례사의 황금 포크 (전설 등급)]

  • 빵 계열 존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 빵의 본질을 꿰뚫어 약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 소유자의 ‘빵지순례사’ 능력과 동기화하여 숨겨진 힘을 개방합니다. (개방 조건 미달)
  • ‘그’의 의지가 미약하게 깃들어 있습니다.

‘그의 의지?’ 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빵사가 마지막에 남긴 말과 일치했다. “이 공격… 역시 그의 후예인가?”, “정말로… 그의 생각이… 맞는지…”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이 포크와, 자신은 어떤 관계인 걸까?

“진성 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 던전, 등급 미측정의 위험 지역이었는데… 혼자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강도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진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인간의 모습을 한 제빵사, S급 위력의 빵 몬스터들, 그리고 황금 포크와 제빵사의 마지막 말까지. 물론, 상태창이나 동기화 같은 시스템적인 부분은 제외했다.

이야기를 들은 강도곤과 이아진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인간형 보스 몬스터라… 그것도 빵을 조종하는?” 강도곤은 턱을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유형인데. 던전 발생 초기 혼란기에 나타났던 특수 개체들과 비슷한 건가? 아니면…”

“그 제빵사가 말한 ‘그의 후예’라는 건… 진성 씨가 가진 특별한 능력 때문일까요?” 이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진성이 빵을 먹을 때마다 나타나는 희미한 황금빛 오오라를 떠올렸다. 평범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진성은 황금 포크를 들어 보였다. “단서는 이것뿐입니다. 여기에 ‘그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고 하는데… 혹시 이런 문양, 보신 적 있습니까?”

진성이 가리킨 곳은 포크의 손잡이 부분이었다. 아주 작고 희미하게, 마치 오래된 빵집의 간판에나 쓰였을 법한 밀 이삭과 포크가 교차된 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강도곤과 이아진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문양이었다. 강도곤은 즉시 길드 정보팀에 연락해 해당 문양과 관련된 자료 조사를 지시했다.

“일단 푹 쉬어요, 진성 씨. 몸부터 추스르는 게 우선입니다. 정보팀에서 뭔가 알아내면 바로 알려주죠.”

하지만 진성은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제빵사의 축복’, ‘동기화’, ‘그의 후예’, ‘황금 포크’. 너무 많은 수수께끼가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그는 강도곤 몰래 길드의 자료실로 향했다. 방대한 헌터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고대 유물, 미스터리 관련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빵… 제빵사… 고대 문양…’

몇 시간 동안 자료를 뒤졌지만, 황금 포크의 문양과 정확히 일치하는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길드와 헌터들은 탑 공략이나 고등급 몬스터가 출현하는 일반 던전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진성이 마주한 ‘빵’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에는 무지했다. 그들이 ‘깨어나지 못한 길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위협을 눈앞의 몬스터로만 한정 짓고 있었다.

포기하려던 찰나, 아주 오래된, 각성 시대 이전의 오컬트 잡지 스크랩 파일에서 비슷한 문양의 흔적을 발견했다. 정확히 일치하진 않았지만, 밀 이삭과 조리 도구를 신성시했던 고대 유럽의 소규모 컬트 집단, 혹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최초의 제빵사’와 관련된 신화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이었다. 내용은 터무니없었지만,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빵’이나 ‘생명을 창조하는 오븐’ 같은 기묘한 구절들이 눈에 띄었다.

‘이게… 단순한 신화나 전설이 아닐 수도 있겠어.’

진성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빵 던전, 빵지순례사, 제빵사 보스, 황금 포크…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된,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한편, 진성이 미측정 던전에서 전설급 아이템 ‘황금 포크’를 획득했으며, 그 과정에서 S급에 준하는 몬스터들을 다수 처리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던전 입구에서 진성을 목격했던 아이기스 길드원들이나, 던전의 에너지 변화를 감지한 다른 정보 길드들을 통해 와전되고 부풀려진 정보였다.

“웬 듣도 보도 못한 놈이 혼자서 미측정 던전을 클리어하고 전설템을 먹었다고?”

“빵을 먹으면서 싸운다던데? 마법사 계열인가?”

“황금 포크라… 그게 어떤 능력을 가졌을지… 접촉해 볼 필요가 있겠군.”

벤투스 길드를 포함한 여러 길드의 시선이 조용히 진성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직 진성의 정확한 능력이나 정체를 몰랐지만, ‘전설급 아이템’이라는 미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자료실에서 나온 진성은 창밖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제빵사 보스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의 의지를 잇는 존재는 자신뿐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제빵사처럼 ‘그’의 뜻에 반하는 세력, 혹은 빵이라는 힘을 악용하려는 또 다른 존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손안의 황금 포크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진성은 결의를 다졌다. 더 이상 단순히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힘의 근원을 밝혀내고, 다가올지 모르는 진짜 위협에 맞서야 했다.

‘빵지순례사’의 길은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그는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세상을 꿰뚫을 황금 포크가 들려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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