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희미한 달빛이 창문을 넘어올 때였다. 진성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기화율이 3.5%를 넘어서는 순간, 머릿속을 스친 영상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했다. 달빛 아래 반죽을 치대는 손, 신성한 기운마저 감도는 화덕, 그리고 그 위에 선명히 빛나는 문양… ‘빵지순례사’의 근원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어!’
진성은 즉시 이아진에게 연락했다. 다행히 그녀는 이른 시간임에도 바로 응답했고, 그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고대 식문화 유물이라면… 인사동의 윤지후 교수님이죠! 괴팍하시지만 실력은 최고예요. 마침 오늘 오전에 연구실에 계실 거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주소를 받아든 진성은 망설임 없이 길드를 나섰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어젯밤 스쳐 지나갔던 그 차가운 시선들. 평범한 이동은 불가능할 터였다. 그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최대한 인파에 섞여 이동했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목적지인 낡은 골동품 가게 앞, 좁은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사방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난 검은 복장의 사내들. ‘그림자 상단’이었다.
“얌전히 따라오시지.”
대화는 사치였다. 그들은 처음부터 진성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사방에서 쏘아지는 마취침, 발목을 노리는 와이어, 소리 없이 등 뒤를 파고드는 단검!
“바게트 방패!”
진성은 외침과 동시에 황금 포크를 소환했다. 단단한 바게트 방패가 마취침과 단검을 튕겨내는 순간, 등 뒤를 노리던 암살자를 향해 황금 포크가 스스로 움직이듯 번쩍였다!
‘콰앙!’
포크에서 터져 나온 눈부신 금빛 섬광이 암살자의 눈을 멀게 하고 그를 뒤로 날려버렸다. 포크 자체에 강력한 방어 기제가 내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일 줄이야!’
진성은 놀랄 틈도 없이 다음 행동으로 옮겼다.
“슈크림 끈끈이! 대지 빵 골렘!”
바닥에 질척한 슈크림을 광범위하게 뿌려 적들의 발을 묶고, 땅에서 거대한 빵 골렘을 솟아오르게 해 일시적인 벽을 만들었다. 그 틈을 이용해 A급 민첩성으로 골목을 박차고 뛰쳐나와 바로 앞 골동품 가게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헉… 헉…”
가게 안은 먼지 쌓인 고서와 기묘한 골동품들로 가득했고, 안쪽 책상에서 두꺼운 돋보기를 낀 백발의 노인이 짜증스럽게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윤지후 교수였다.
“어험! 어딜 함부로! 노크도 없이!”
“죄, 죄송합니다! 급한 사정이 있어서…” 진성은 숨을 고르며 급히 품에서 황금 포크의 문양을 급하게 스케치한 종이를 꺼내들었다. “교수님, 혹시 이 문양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윤 교수는 투덜거리며 종이를 받아들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그의 눈이 문양을 확인하는 순간, 돋보기 너머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
“허어…! 이, 이건… 설마!”
윤 교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뒤쪽의 책장을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먼지를 풀풀 날리며 꺼낸 것은 양피지처럼 누렇게 변색된 고서 뭉치였다.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넘기더니, 마침내 한 페이지를 펼쳐 진성에게 내밀었다. 그곳에는 진성이 보여준 것과 거의 동일한 문양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 이 문양은… 전설 속 ‘선화당(善和堂)’의 표식이 틀림없네! 각성 시대 이전, 빵에 생명의 본질을 담으려 했다는… 허무맹랑한 신화로만 치부되던 바로 그 집단 말일세!”
윤 교수는 돋보기 너머의 눈으로 진성과 그가 가져온 문양 스케치를 번갈아 보며 경탄과 혼란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선화당이 정말로 존재했다는 건가? 이 표식이 실제로 사용되었다니… 이건 역사를 뒤흔들 발견이야!”

선화당! 진성의 심장이 다시 한번 거세게 뛰었다. 그 전설의 집단이 자신의 힘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들에 대해 더 아시는 건 없습니까? 그들이 어디서 활동했는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윤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고서의 먼지를 조심스럽게 털어냈다. “알려진 바가 거의 없네. 그저 ‘생명의 정수를 담은 빵’을 만들려 했다는 이야기와 이 표식 정도가 단편적으로 전해질 뿐… 그들의 본거지나 활동 내역은 완벽한 베일에 싸여 있었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저 민담이나 상징으로 여겼고… 자네가 가져온 이것이 아니라면 나 역시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라 여겼을 걸세!”
그의 말은 선화당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지만, 동시에 더 깊은 미궁 속으로 진성을 밀어 넣었다. 실존했다는 증거는 얻었지만, 그 실체에 다가갈 방법은 여전히 막막했다.
그때였다.
‘딸랑-!’
골동품 가게의 낡은 문 종이 신경질적으로 울렸다. 문밖 유리 너머로, 방금 전 진성을 습격했던 검은 그림자들이 섬뜩한 실루엣으로 서 있었다. 그림자 상단이 그의 뒤를 밟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진성은 반사적으로 황금 포크를 고쳐 쥐었다. 윤 교수는 전설의 실존에 대한 충격과 눈앞의 위협에 대한 공포로 하얗게 질린 채 고서를 끌어안았다. 이제 막 존재가 확인된 전설의 집단 ‘선화당’. 그 실마리를 쥔 순간, 그 비밀을 노리는 자들의 위협이 코앞까지 닥쳐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