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웹소설 실험작] 2화. 달콤한 각성, 빵으로 만든 세상

마지막 크루아상의 바삭한 조각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온몸의 세포들이 깨어나는 듯한 강렬한 활력이 진성을 덮쳤다. 웅크렸던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기이한 감각.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흐느적거리던 몸이 아니었다.

“어… 어라?”

신기한 기분에 주변을 둘러보던 진성의 눈에 텔레비전 옆에 놓인 리모컨이 들어왔다. 무심코 손을 뻗어 리모컨을 잡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딱딱한 플라스틱 리모컨이 그의 손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더니, 어느새 네모난 황금빛 과자, ‘로투스 비스코프’ 모양의 빵으로 변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조심스럽게 빵으로 변한 리모컨, 아니 로투스 비스코프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시나몬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놀랍게도 그것은 진짜 빵의 맛이었다.

[10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귓가에 맑은 종소리와 함께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인트? 그는 반사적으로 머릿속으로 ‘상점’을 떠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번쩍 나타났다.

[빵지순례사 상점]

[판매 불가 목록]

  • 빵지순례사의 빵가방
  • 빵지순례사의 황금 포크
  • 빵지순례사의 급한 마음 신발

흐릿하게 빛나는 아이템들의 이름 아래에는 ‘현재 레벨 부족’, ‘자격 조건 미달’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판매 가능한 아이템 목록의 맨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하나의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하급 빵지순례사의 빵지순례도 (미완성) – 50 포인트]

“50 포인트… 지금 가진 건 10 포인트뿐이잖아.”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시던 진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상점 창을 열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야에 ‘구매’ 버튼이 활성화된 단 하나의 아이템이 들어왔다.

[하급 빵지순례사의 빵지순례도 (미완성) – 10 포인트]

‘미완성’이라는 단어가 조금 걸렸지만,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었다. 진성은 떨리는 손으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하급 빵지순례사의 빵지순례도를 구매했습니다.]

손안에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가 나타났다. 펼쳐보니 군데군데 얼룩져 있고, 잉크가 번진 곳도 많았다. 정말 ‘미완성’이라는 이름 그대로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도에는 붉은색 화살표가 깜빡이며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살표의 끝에는 낯익은 빵집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빨리바게뜨>

“빨리바게뜨? 집 건너편 빵집이잖아!”

진성은 지도를 들고 황급히 집을 나섰다. 설마 그곳이 던전이라는 건가? 믿기지 않았지만, 지도 속 붉은 화살표는 맹렬하게 빨리바게뜨를 향하고 있었다.

숨 가쁘게 달려 도착한 빨리바게뜨 앞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늘 고소한 빵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오던 곳은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서는 희미한 빛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평소 친절했던 빨리바게뜨 사장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빵집의 출입문 한가운데, 마치 물이 출렁이는 듯한 기이한 균열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던전의 입구였다.

진성이 망설이는 순간, 눈앞에 또 다른 푸른색 상태창이 떠올랐다.

[<빨리바게뜨 던전> 발견]

[오직 빵지순례사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Yes / No)]

심장이 두근거렸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 하지만 그의 발은 이미 ‘Yes’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빵지순례사. 그의 새로운 운명이 그를 이끌고 있었다.

균열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진성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달콤한 빵의 향기.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아… 아니, 이게…!”

던전 안은 온통 빵으로 가득했다. 벽은 겹겹이 쌓인 식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바닥은 부드러운 카스텔라 조각들이 푹신하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은… 살아있는 빵 몬스터들이었다!

바게트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몬스터, 앙증맞은 크림빵의 몸통에 작은 팔다리가 달린 몬스터, 심지어 거대한 맘모스빵의 형상을 한 괴물까지! 모든 몬스터가 먹음직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기괴한 모습이었다.

진성은 멍하니 빵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빵 사랑은 남달랐지만,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풍경이었다. 과연 그는 이 빵으로 가득한 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몬스터들을… 먹을 수 있을까? 그의 파란만장한 빵지순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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